바다 먹을거리를 책임져 달라는데 그만둘 수 없잖아요?

그의 삶은 멸치에 이어져 있었다. 멸치중개인이었던 부친의 뒤를 이은 지 50년. 헤아릴 수 없는 멸치를 만지고 보았다. ‘좋은 멸치가 아니면 공급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한마디는 오랜 세월 지켜온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다. 한살림과의 인연은 1991년부터. 멸치중개인으로 이름 있던 그에게 제안이 왔다. 소량이라 이문은 없지만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기에 멸치를 보냈다. 안타깝게도 당시 한살림에는 보관설비가 없어 좋은 멸치를 보내도 쉽게 변질이 됐다. 속이 상해 공급중단 의사를 밝히던 날, 만류하던 실무자의 말이 생생하다. “바다 먹을거리를 책임져 달라는데 그만둘 수 없잖아요?” 그날부터 한살림 생산자로서의 자긍심이 생겼고 대구상회의 우선순위는 한살림이 되었다. 멸치가 귀한 해에는 수소문을 해서라도 좋은 멸치를 보냈다. 한살림도 보관설비를 갖춰 품질을 유지했다. 올해 일흔 이광술 생산자, 그 뒤를 잇는 아들 이정훈 생산자 역시 한살림이 우선이다. 또다시 멸치와 함께 깊어진 인연 속으로 멸치가 들어오기 시작하리라.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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